마음의 부락 #04
오늘도 살아냈다
김성한 · 원문 보기 ↗
요즘 하루하루가 참 버겁다.
하나 좀 해결했다 싶으면
또 뭐가 생기고
이제 좀 괜찮나 싶으면
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진다.
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무거운 날도 있고
하루 종일 머리가 복잡한 날도 있다.
일 때문에 사람한테 치이는 날도 있고
별일도 없는데
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.
가끔은 진짜 다 내려놓고 싶다.
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
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
며칠만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.
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.
내가 힘들다고
해야 할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
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..
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은
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.
그래서 그냥 한다.
아침이면 일어나고
갈 데가 있으면 가고
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한다.
그러다 웃을 일이 있으면 또 웃는다.
사랑하는 사람이랑 밥 먹으면서 웃고
친구들이랑 별것도 아닌 얘기에 웃고
이구랑 뛰면서는 또 신나서 웃는다.
참 이상하다.
분명 힘든데
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.
좋아하는 사람도 있고
좋아하는 일도 있고
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다.
예전에는 잘 살아가면 행복하기만 하고
힘들지 않을 줄 알았다.
그런데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.
행복해도 힘들 수 있고
잘 살고 있어도 버거울 수 있다.
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해도 힘든 날이 있고
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
다 때려치우고 싶은 날이 있다.
그렇다고
내 삶이 잘못된 건 아닌 것 같다.
잘 산다는 게
매일 행복한 것도 아니고
모든 걸 잘 해내는 것도 아닌 것 같다.
힘든 날에는 좀 힘들어하고
짜증 나는 날에는 짜증도 내고
오늘 안 되는 건 내일 또 하고..
내 사람들이 곁에 있고
좋아하는 것들을 놓지 않고
그냥 하루를 살아내는 것.
그 정도면 되는 게 아닐까.
오늘도 나는
걱정도 했고, 짜증도 냈고
한숨도 쉬었고, 웃기도 했다.
해결하지 못한 일도
여전히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.
잘 살았는지는 모르겠다.
그런데 적어도
오늘 하루를 포기하지는 않았다.
그거면 됐다.
오늘도 살아냈다.
